최근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Anton Bruckner, 1824~1896)가 각광받고 있다. 그의 기나긴 교향곡들이 유수의 연주단체들에 의해 활발히 연주되고 재조명되고 있다. 또 그다지 좋은 상황도 아닌 클래식 음반업계에서 독일의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Wilhelm Furtwangler, 1886~1954)가 남긴 음원이 여러 음반사를 통해 재발매되고 있다. 두 거장은 서로 대조적인 말하기 양태로 주목된다.

브루크너는 농업과 공업을 가업으로 하던 집안에서 교사인 아버지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의 첫 음악 선생이었던 아버지를 시작으로 40세까지 배움을 이어간다. 음악계엔 참 많은 신동이 있었으나 브루크너는 마흔이 넘어서야 작곡에 자신의 실력을 드러낸 늦된 이였다. 예순이 넘어서야 명성을 얻었다. 그는 신이 자신에게 부여한 재능에 성실함과 끈질김으로 최선을 다했고 주어진 명성을 겸손히 받아들였다. 한 번은 자신의 교향곡을 지휘한 한스 리히터의 리허설이 끝나자 조심스럽게 그의 손에 동전을 쥐여주며 감동 어린 목소리로 “이 동전을 받아 주게. 맥주 한잔 사 마시게나”라고 말했다. 리히터는 그 동전으로 시곗줄을 만들어 그 작곡가의 순수함을 생각하며 평생 몸에 지녔다고 한다.

그러나 브루크너의 우직함은 간혹 예상치 않은 적을 만들기도 하였다. 당시 빈 음악계는 바그너 추종자와 브람스 추종자의 불화가 있었고, 한슬릭이라는 브람스계 평론가의 영향력이 컸다. 브루크너는 바그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아 불필요한 악평을 받기도 하였다. 한편 브루크너에게는 많은 지지자가 있었고, 귀가 얇았던 브루크너는 이들의 무지한 권유로 자신의 작품을 개정하기 일쑤였다. 덕분에 오늘날 브루크너의 작품은 너무나 많은 버전이 난무한다.

푸르트벵글러는 여러 모로 브루크너와 대조적이다. 푸르트벵글러는 양가 모두 학구적이고 지적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고고학자, 어머니는 신동 아들을 너무나 귀히 여긴 열성 교육 맘이었다. 어린 푸르트벵글러는 정신세계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다. 맏이였던 푸르트벵글러는 세 동생의 대장 노릇을 하며 명령과 규칙을 만들었다. 규칙을 엄격하게 만들었지만, 그 규칙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발견하면 주저 없이 규칙을 바꿨다고 한다.

14세 때부터 작곡을 했고 베토벤을 숭상하던 그는 음악에 대한 대화를 즐겼다. 그러나 산책 도중 대화하던 누구라도 자신과 다른 의견을 꺼내면 “당신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더 이상 같이 걸을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돌아서곤 했다. 예술이나 종교, 철학에 대한 토론을 벌이다가 자신이 경솔한 말을 하거나 궁지에 몰리면 “어쨌든 나는 그래”라는 말과 함께 갑자기 대화를 끊었다.

푸르트벵글러의 이러한 과도한 자의식과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은 평생을 따라다니며, 주변 사람은 물론 자신에게까지 적지 않은 상처를 주었다. 영국으로 떠나 있던 빈 필 출신 첼리스트 북스바움을 빈 필이 초청하자 북스바움의 기량이 못 미친다고 생각한 푸르트벵글러는 그에게 “물러나 달라”고 직접 말했다. 북스바움은 이튿날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말하기’란 말 너머의 그 무엇이 만드는 결과물이다. 가끔은 나에게 과도한 자의식이 있어 남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하고 사는 건 아닌지 타인의 입장이 되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너무 얇은 귀 때문에 줏대를 지켜 마땅한 일을 주섬주섬 주워섬기고 있진 않은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즈음, 말 이상의 많은 걸 담고 있는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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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oungzoo

07 19, 2008 11:35 07 19, 200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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